형사반장의 수수께기(2) --- 스포츠조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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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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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쯤 지나 박 여사가 다시 찾아왔다.
"남편의 얼굴이 말이 아니게 됐어요.
80kg이 넘던 사람이 55kg으로 쏙 빠졌어요.
 극도의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이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박 여사는 지난번에 처음 찾아와 꼬치꼬치 캐묻듯이 하던 것과는 생판 달랐다.
넋이 나간 듯 한숨만 푹푹 쉬며 울먹였다.
어느 날인가 부터 김 반장은 자다말고 벌떡 일어나 한밤에 자는 가족을 몽땅 깨웠다.
"네가 범인이지. 네가 날 죽이려 했지?"
 박 여사는 기가 찼다. 남편이 툭 하면 '범인'소동을 벌이니
가족들이 죄다 신경쇠약을 일으킬 지경이었다.
"곤히 자는 아이들까지 발로 차서 깨워놓고는 난데없이
'너 범인이지' 하며 윽박지를 때는, 정말이지 남편이 아니라
웬수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김 반장은 결국 경찰 근무를 못하고 장기 휴가원을 내야 했다.
무술 유단자로 신체 튼튼한 김 반장에게 이상이 생긴 것은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였다.

모처럼 집에서 쉬는 날 밥 잘먹고 "소화가 안 된다. 거북하다" 하더니
 차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연쇄살인사건의 악몽에 시달리더라는 것이다.
멀쩡하던 아이들까지 골치를 썩이기 시작했다.
작은아이는 공부는 안하고 아예 오락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큰 아이는 운동한답시고 남의 집 유리창을 깨뜨려 늘
돈을 물어주랴, 미안하다고 시장하랴 정신이 없었다.

"집에 한번 가봅시다."
 박 여사가 사는 S동은 서울에서 유난히 집터가 센 곳이었다.
"집이 왜 이리 어두워? 이건 집이 아니라 숫제 묘터구만.
그러니 사람이 어찌 견뎌내겠수?
터신이 발동했네요. 남편은 귀신 방위를 범하고…."
 김 반장의 머리맡은 별 별 귀신들이 날뛸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그것이 김 반장의 현세의 일과 뒤섞이면서 연쇄살인의 악몽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운이 약할 때나 집터가 센 곳에 이사를 했을 경우에는
가끔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가족들마다 반응이 제 각각이다.
그래서 되도록 이사할 적에는 부부가 함께 집을 본 다음에 이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박 여사는 남편이 워낙 바쁘다보니
아들과 함께 싼 집을 구하러 다니게 되었고
결국 S동의 후미진 곳으로 집을 옮기게 됐다.
아들 넷을 키우느라 고생한 부인의 얘기를 빌자면,
그 집이 시세도 괜찮은데다 마음에 쏙 들더라는 것이었다.
 단 한 가지. 부엌 화장실 세면장 등을 둘러보며 안방을 열었는데,
김이 서려 약간 자욱한 것 같더란다.
그 방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신 모습에 약간 묘한 생각이 들었지만,
부인은 오히려 '김'이 서린 듯한 분위기가 좋게 느껴지더란다.
"선생님 혹시 그때 그 김이 문제였던 것 아닙니까?"
 "됐어요. 그만 하고 터신을 달랩시다."
 
부적(淨土內 陰魂 自在符)을 살라 터 주위에 골고루 뿌렸다.
산소탈 방지부를 대문 입구 7보 내에 묻었다.
 김이 서린 방의 바닥 가운데에는 태을진인부,
잠자는 머리맡에는 객귀불침부와 부귀장명벽사부를 붙인 후
천수경 안택경 명당경 태을보신경으로 연거푸 발원을 했다.
아파 누워있는 형사반장의 몸에는 진살평안부를 불에 살라 뿌려주고
또 이를 지니게 했다.
 이윽고 신살부(神煞符)를 살라 마시게 하니,
"안돼 안돼 안돼"만 연발하던 김 반장이 벌떡 일어났다.
"귀에서 이상한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이 나요."
 1주일 후 형사반장은 몸이 개운해졌다며 출근을 시작했다.    <끝>
***스포츠 조선 연재글은 15번 구천도사 연화종님의 연재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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