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반장의 수수께기(1) --- 스포츠조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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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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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이 또 일어났다. 벌써 세 번째.
김 반장은 범인을 빨리 잡아내라는 상관의 독촉에 피가 말리는 느낌이었다.
'동일범에 의한 연쇄 살인사건이란 말인가?'
 먼저 죽은 40대 주부는 골목길에서 누군가에 뒤통수를 돌에 강하게 맞은 것으로 보였다.
또 한 사람인 50대 중년 남자는 집에서 자기 집 부엌칼에
배를 여러 번 찔린 채 숨져 있었다.
20대 여자는 승합차에 깔려 숨진 듯 등 쪽에 바퀴자국이 있었다.
비록 이웃 동네에 걸쳐 일어났지만 사건이 일어난 곳은 제각각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자정이 가까운 한밤중에 일어난 것일 뿐.
 김 반장은 어쨌거나 또 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판단,
6명의 형사 반원을 3교대로 나눠 매일 잠복 근무에 나섰다.

여러 날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초조해진 김 반장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간 날이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훨씬 넘겼다.
김 반장은 다음날 오전 보고를 위해 철야를 하기 어려워
근무조에게 수고하라고 인사한 뒤 먼저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대로변에 가까운 골목길에서 쿵쿵 소리가 새나왔다.
김 반장은 눈이 번쩍 뜨였다. 재빨리 몸을 낮췄다.
'어 어 어.' 김 반장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누군가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동물적 직감에 의해 달려갔지만,
 현장에는 한 사람 뿐이었다.
더욱이 넥타이 차림의 그 남자는 혼자서 전신주 기둥에다 연거푸 자기 머리를 찧고 있었다.
"이봐 뭐 하는 거냐."
 김 반장은 우선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뛰어들었다.
김 반장이 말려도 계속 전신주에 머리를 찧던 그 남자가 이번엔 김 반장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김 반장의 얼굴이 전신주라도 되는 양 머리로 김 반장을 마구 치박기 시작했다.
김 반장은 속수무책이었다.
태권도와 합기도와 유도를 합쳐 8단이라는 김 반장이지만,
도저히 그 남자의 힘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김 반장은 차츰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연쇄 살인사건의 제물이 되다니. 안돼, 거기 누구 없소? 아악.'
 
김 반장은 벌떡 일어나 한숨을 휴우 내뱉었다.
몸을 만져봤다. 살아 있었다.
"여보 도대체 왜 그래요. 왜 자구 악몽에 시달려요?"
 '꿈? 그래 또 꿈을 꾸었군.'
 김 반장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 마루의 문을 밀었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인가? 왜 요즘은 잠만 잤다하면 악몽을 꾸는 것인가?"
 찬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어오자 김 반장은 또 한차례 몸을 떨었다.
 
"그렇게 명랑하던 남편이 영 딴 사람이 됐어요.
성격도 거칠어지고 어떤 때는 막 욕을 해대요. 저더러 범인 아니냐구요?
참 남편이 악몽을 꿀 때마다 꿈속에 살인사건이 하나씩 늘어난데요.
이제 도무지 무슨 조화인지…."
 박 여사는 재촉하듯 연거푸 내게 물었다.
꿈자리가 사납다는 것은 집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악몽을 꿀 때마다 살인사건이 하나씩 늘어난다는 말에는
나도 모르게 왠지 소름이 끼쳤다.
득괘와 사주만으로는 확실히 알기 어려웠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내가 돌팔이라고 생각했는지 박 여사는 "다시 올께요"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후 보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