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과 동귀녀(童鬼女)(2) --- 스포츠조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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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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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숙이 설악산으로 MT를 다녀온 날이었다.
 지숙과 함께 자취하는 이혜영(가명)은 모처럼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에 신바람이 났던지 그날 밤 "룰루랄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혜영이 방문을 열자 지숙은 이미 잠들은 척 누워있었다.
'MT 갔다왔다고 피곤해서 먼저 자나? 어 저건 뭐냐?'
 혜영이 지숙이 품에 안고 있는 인형을 보았다.
 예쁜 강아지 인형이었다.
 혜영은 이 인형이 지숙이 MT 가서 인형귀신 소동 끝에
얻어낸 인형이라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
 '어머 참 귀엽다. 어디서 났지?'
 혜영은 그날 남자친구와 멋진 데이트를 즐겨 모든 게 사랑스럽게 보였는지,
자기도 모르게 강아지 인형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순간. 혜영은 '아얏' 비명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강아지 인형이 혜영이의 손가락을 꽉 물어버렸나?
 자는 것으로 알았던 지숙이 난데없이 벌떡 일어나
혜영이의 손가락을 물더니, "인형 내 거야. 만지지마" 하는 게 아닌가.
 혜영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지숙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혜영은 '너 왜 그러냐'고 따질 겨를도 없었다.
지숙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픈 손가락을 만지며 세면장으로 나온 혜영은 양치질을 하면서 내내 지숙을 생각했다.
 '쟤가 시골집에 갔다오더니 너무 달라졌어.
하루종일 뻥 과자만 먹질 않나, 어린애 옷을 사 입질 않나.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그날 밤 혜영은 잠결에 방문이 쿵 하며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어슴프레 들었다.
 곧이어 누군가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숙이었다. 지숙이 혜영의 가슴에 머리를 반쯤 처박고는
손으로 연신 젖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지, 지숙아, 너 지금 뭐하는 거냐?"
 연거푸 놀란 혜영은 가슴이 쿵쾅 뛰는 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 혜영은 학교에 가서 지숙의 과 친구들로부터
'지숙이가 미쳤다'는 인형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됐다.
 혜영은 곧 바로 지숙의 시골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부랴부랴 지숙의 어머니가 올라왔다. 지숙은 그날 학교에 가지 않았다.
 지숙은 하루 종일 자취방에서 '삐삐머리' 차림으로 인형과 놀고 있었다.
동요를 부르다 '약오르지롱' 시늉을 하는 지숙을 보고 어머니는 기가 찼다.
 
50대 초반의 지숙 어머니가 나를 찾아왔다.
 그때 내 눈에는 지숙 어머니의 등에 업혀있는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등에 웬 여자아이를 업고 다니시오?"
 "예? 애라뇨?"
 영문을 모르는 지숙 어머니는 화들짝 놀랐다.
내가 죽비로 손바닥을 치자 지숙 어머니의 등에 업혀 있던 여자 혼령이 뚝 덜어졌다.
 혼령은 열두 살 때 심한 열병을 앓다 죽은 지숙의 언니였다.
동녀(童女)신이 지숙에게 동한 것이었다.
 "어릴 적 죽은 딸의 혼신이 지숙의 바로 웃 언니한테 씌웠다 하여
울고불고 난리를 친 적은 있었어요. 그런데 언니는 지금 괜찮아졌는데,
이번엔 왜 또 지숙이 저 난리죠?"
 나는 지숙이 애지중지하던 인형과 리본 등 용품 몇 가지를 챙겨오라고 일렀다.
 몸집이 좋은 지숙의 외삼촌이 지숙을 꼭 붙들고 들어왔고,
어머니와 지숙의 시집간 언니도 뒤따랐다.
부적치성을 하자 지숙은 숨을 세차게 몰아쉬면서 엉엉 울었다.
 순간 지숙의 언니가 털썩 주저앉더니 "엄마야 나 좀 살려줘" 했다.
 동녀귀가 자매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이럴 때….
 도량의 문을 열고 웬 젊은 여자 손님이 들어오려다 쏜살같이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아뿔사. 동녀귀가 지숙 자매에게서 빠져나가 재빨리 그 여자에게 달라붙고 말았다.
 지숙의 외삼촌더러 저 여자 꼭 좀 잡아달라고 했지만, 나가 보니 없더란다.
어디로 갔나? 자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