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들의 협박 --- 스포츠조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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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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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박 여인은 잠결에 누군가 자기를 깨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 여인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박 여인은 반쯤 눈을 뜨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커다란 목련 나무가 있는 창가 쪽에서 뭔가가 어른거렸다.
 '뭐지?'
 박 여인은 눈을 연신 비빈 후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창문 쪽을 다시 바라봤다.
 그 순간 일어서려다 말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뭔가가 닫힌 창문을 스르르 통과하더니 허공을 걷듯 공중에 붕 뜬 채
방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 여인은 어찌나 놀랐는지 비명도 내지를 수가 없었다.
얼떨결에 옆에 자고 있는 남편을 부지런히 깨웠다.
하지만 남편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괴 형체는 박 여인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괴 형체는 머리를 이부자리에 처박고 있던 박 여인의 머리채를 사납게 잡아챘다.
 괴 형체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박 여인은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괴 형체는 박 여인의 여동생으로 변신해 있는 게 아인가?
 박 여인은 머리가 팽이처럼 빙빙 돌아가는 아찔함 속에서
뭔가 쿵쾅거리는 말소리를 들었다. 무슨 협박 같기도 했다.
 "날 괴롭히지마. 방에 자물쇠를 채워? 정신병원에 가둔다고?
흥 어림없지. 얼른 풀어 줘. 자꾸 괴롭힌다면 네 가족을 몰살시켜 버릴 거야.
알았어? 알아 들었냐구?"
 똑같은 소리가 반복되고 있었다. 박 여인은 비명을 내지를 힘조차 없었다.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연신 고개만 내흔들 뿐이었다.
 
그때 아련하게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당신 왜 이래? 자다 말고 난데없이 왜 창문을 넘어가? 여보 왜 그래?"
 "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죠? 혹시 애들 이모(박 여인의 동생)가
우리 방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창문을 넘다 말고 화들짝 놀란 박 여인은 황급히 마루를 지나
여동생이 있는 골방으로 뛰어갔다.
 "여보 열쇠 좀 갖다 줘요. 어서요."
 꿈이라기엔  괴 형체의 공포가 너무 생생하고 끔찍해
박 여인은 미친 여동생이 골방에서 뛰쳐나와 자신에게 덤벼들었다고 생각했다.
 박 여인은 어리둥절해 있는 남편을 재촉해 골방의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여동생은 짚은 잠에 빠진 듯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맞아. 동생이 어떻게 이 방에서 나올 수가 있담?
그럼 뭐지? 아까 그 괴물체. 분명 동생이었는데…."
 그 순간 박 여인의 온몸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박 여인의 여동생은 오래 전부터 신병을 앓고 있었다.
 "여동생이 신들린 듯 행동하는 바람에 동거하던 남자도 도망을 갔어요.
내림굿을 5번이나 해줬는데도 신병은 낫지 않았어요."
 박 여인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으로 자신이 여동생을 떠맡았으나,
갈수록 행패(?)가 심해지자 아예 방안에 가둬버렸다고 했다.
내가 봤을 때 박 여인의 여동생은 내림굿을 잘못 받아
마귀가 붙어 고생하는 것이었다. 내림굿을 받았을 때마다 한 마리씩 붙었다.
 그림자처럼 여동생에게 달라붙어 난리법석을 떠는 마귀들은 다섯 마리였다.
마귀들은 세력을 더 늘리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러던 중 박 여인이 여동생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면서
정신병원에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자,
마귀들은 급기야 박 여인의 꿈속에 뛰어들어와
'가만있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던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