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X호의 공포.3 --- 스포츠조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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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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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X호의 공포(3)
 
매일 밤 늦게 들어오던 주인 아저씨가 어느날 갑자기 늑대로 돌변 겁탈을 했고 또 틈만나면 음욕릉 채웠다. 처녀 가정부는 죄책감에 아파트서 몸을 던졌는데…
 
K씨는 아버지(당시 59세)의 죽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어지러운 환영 속에서 나타난 젊은 여자가 "가만 놔두지 안겠다"고 했던 괴상망측한 일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좀체로 자기 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거실 소파에서 시간을 보내다 잠이 들기 일쑤였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날밤도 거실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찬바람이 느껴졌다. 순간 K씨는 심장이 멎는듯 충격을 받았다. 응접실 문 앞에 젊은 여자가 서 있는게 아닌가?
 K씨는 앉은채 떨기만 하다가 가까스로 외쳤다. "누 누, 누구냐?"
 어머니가 달려나왔다. "웨, 웬일이냐, 응?"
 K씨는 결국 그간의 '악몽'을 어머니에게 다 털어놓았다.
 "너도 그랬니? 이게 무슨 조화야."
 어머니도 아파트 안에서 잽싸게 달아나는 하얀 물체를 두세번 봤다는 것이었다.
 K씨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나를 찾아온 것은 그 며칠 후였다. K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약혼녀를 처음 소개할 때 그들의 궁합을 보기 위해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당신들 뒤에 따라 다니는게 뭐야? 여자 귀신이잖아? 상문 조객살도 들었는데…. 최근에 돌아가신 양반이 있구만."
 K씨의 어머니는 흐느껴 울기만 했다.
 '어떻게 사람이 죽도록 그냥 있었을까?'
 나는 K씨와 어머니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리곤 죽비를 내리치며 주문을 외었다.
  
<< "억울한 내 한을 누가 풀어주나" >>
 
쭈볏쭈볏 서 있던 K씨가 그제야 털썩 주저앉는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래 할 말 있으면 해봐. 사람 괴롭히지 말고."
 "시집도 못가고 죽었는데 그냥 내쫒아 버리면 어쩝니까?"
 K씨의 입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K씨의 어머니는 놀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사람의 입에서 귀신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영계(靈界)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다.
 K씨의 몸 안에 있는 처져 귀신은 엉엉 울었다.
 "내겐 부모 형제도, 친구도 없어. 누가 내 한을 풀어주지요?"
 젊은 여자 귀신은 K씨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울면서 말을 계속했다.
 "(아저씨는)날 보고 놀라서 쓰러지신거야! 난 잘못없어. 제발 나 좀 살려줘."
 처녀 귀신이 거꾸로 통사정을 했다. 얘길 들어보니 그 처녀 귀신은 불쌍하게 죽었다. 마치 통속소설같은 인생유전이었다.
 K씨가 이사오기 전에 그 아파트엔 중년 부부가 살았다.
 자식들을 죄다 외국에 유학 보낸 부부는 둘 다 사회생활을 하는 터라, 집안 일을 맡길 겸 오갈 데 없는 당시 19세 처녀를 가정부로 데려왔다.
 거의 매일 밤늦게 집에 들어오던 주인 아저씨가 어느 날 갑자기 늑대로 돌변했다. 몸이 아프다며 오후 일찍 들어오더니 처녀 가정부를 겁탈한 것이었다. 그 후 못된 주인 아저씨는 틈만 나면 오후 일찍 집으로 돌아와 음욕을 채웠다.
 처녀 가정부로서는 참아내기 힘든 일이었다. 특히 주인 아주머니를 대할 때마다 강한 죄책감을 느꼈다.
 세상물정 모르던 어린 가정부는 결국 모진 결단을 내렸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처녀 귀신의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인간이 귀신의 사정을 봐줄 수는 없었다.
 나는 죽비를 사정없이 두들기며 말했다.
 "그래도 넌 사라져야 해!"
 다음날 오전 나는 K씨의 아파트로 갔다.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친척집에서 하룻밤을 지샜다는 K씨와 어머니를 부추겨 50X호로 들어갔더니 '역시나', 서릿발 같이 찬 기운이 가득했다.
 진언을 수도 없이 외었다. 북쪽에 향을 피우고 옥수를 떠 놓은 후 옥추부를 살랐다.
 K씨더러 창문을 조금씩 계속해 여라고 이른 다음, 영가(귀신의 애칭)를 타일렀다.
 "슬픈 영가여! 참으로 힘들게 살다가 죽었구나. 못다한 미련일랑 잊고 21일 위령기도 잘 듣고 다음 생에는 좋게 인도환생하거라."
 귀신을 쫒는 주술을 외우며 옥추부를 살라 정한수에 타서 K씨와 어머니의 머리와 몸, 그리고 집안 곳곳에 뿌렸더니 창문이 부르르 떨렸다.
 3주후 우당탕탕 소리가 났다. 오뉴월 서리를 내리게 했던 처녀 귀신의 차가운 기운이 드디어 K씨 방에서 빠져나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