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원혼.3 --- 스포츠조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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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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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 피우던 처녀, 어머니 향해 '한 맺힌 사연' 내뱉어
 
사흘 후 처녀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흘 연속 아무 것도 안 먹고 잠만 자더니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쓴다고 했다.
 나는 신께 감사했다.
'이 상태로 가면 상당한 진전을 보겠구나.'
 그 처녀는 6개월 후 일산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가서도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하는 고행의 기도는 계속됐다.
또 100일 200일 300일….
 시간이 흐르면서 처녀는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해댔다.
 갑작스레 아버지의 뺨을 때리거나 발길로 차고 욕을 하며 악을 써댔다.
아주 거친 행동으로 가족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끝없이 허연 침을 뱉어냈다. 입가는 이미 벌겋게 부르텄다.
볼수록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500일이 되는 날. 영가천도를 세 번째 하는 날이었다.
법단을 북두에 세우고 부정을 지우고 법단 8방에 <팔방신부>를 붙였다.
28숙 깃발을 28방에 세우고, <오방 신장부>를 그 방위에 맞춰 꽂은 후,
그 아이의 생기 방위에 그 아이와 어머니를 앉혀놓았다.
신 앞에 최대한의 승부를 다짐하면서 엄숙하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자칫 밀린다면 나 역시 탈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참 발원을 올린 후 영가(귀신의 애칭)에게 살살 말을 걸었다.
와중에 처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침을 뱉고 무섭다고 연신 떨고 있었다.
 "너무나도 희귀하게 맺혀있는 원신이여. 아이(처녀) 몸에 붙어있는 영가여.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한 번 죽기 마련인데, 무슨 원이 그리도 많아
 이승에 남아 악착같이 아이를 괴롭히는가."
 "이곳을 둘러 보라. 수많은 신장들이 옹호하고 있는데,
인도환생하라고 <연화해원경>과 <광명진언>까지 들려주었거늘 아직도 원이 풀리지 않았는가?
 하고싶은 말과 원이 남아있거든 통변을 하라.
그렇지 않고 계속 남아 이 아이를 괴롭힌다면 <옥추경>으로 쫓는 것은 물론,
<옥갑경>으로 팔문지옥에 가두어 벗어나지 못하게 하리라."
 법단 옆의 간방(艮方) 화로에 유황으로 불을 놓고 <허령진압부>를 불살랐다.
옥수에 타서 처녀에게 뿌려주며 <28숙경>과 <오방대제경>을 외었다.
순간 벌벌 떨며 움츠리고 있던 처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옆에 있는 어머니에게 눈을 부라렸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를 해댔다. 삿대질이었다.
방바닥을 구르며 난리법석이었다.
이윽고 발을 쭉 뻗더니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했다.
얼마나 울었을까? 이번엔 처녀가 어머니를 향해 죽일 듯이 덤볐다.
"야, 이 X야, 내가 다리 아파 죽겠다고 약을 좀 지어달라 했더니,
그래 고양이를 삶아먹게 해? 그것도 다섯 마리씩이나?
에라 이 망할 것아. 고양이들의 혼령에 쫓겨 저승길을 갈 수가 있나.
 천도 받으라고 <천도경>을 읊어줘도 문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고양이의 혼령이 앞을 가로 막으니 들어갈 수가 없어…."
 처녀가 어머니를 발로 찼다. 어머니와 처녀가 함께 데굴데굴 구르면서 난리법석을 떨었다.
"자, 이제 그만. 한 맺힌 사연을 다 들었으니,
쫓아다니는 고양이의 혼령을 위령하여 줄 터이니,
이 시간 이후에는 모든 것 다 잊어버리고,
지장보살님의 원력의 힘으로 <연화해원경>에 해원받고 극락왕생하도록 하시오.
모두 함께 <실상묘법연화경>을 열창하도록 합시다."
 약 1만 번을 독송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
 마구 설쳐대던 처녀는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다.
이후 7일간은 고양이의 혼령을 달래는 불공을 드렸다.
처녀는 완전히 맑은 정신을 되찾았다.
500여 일의 사투 끝에 할머니와 고양이의 혼이 뒤섞인 무서운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2년쯤 지났다. 그 처녀의 어머니가 선물꾸러미를 안고 인사차 왔다.
처녀는 수녀가 되어 잘 지내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족들이 맘 편히 살게 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